한 여행지에 머무는 시간에 대한 고찰

한 여행지에 머무는 시간에 대한 고찰

오랜만에 올리는 글입니다. 가장 마지막에 올렸던 글을 확인해보니, 8월 4일에 올린 “솅겐 조약” 글이었네요. 그게 2달 반 전 일인데, 제작년쯤 일어난 일처럼 벌써 기억이 가물가물해집니다. 저희 부부가 여행을 시작한지 오늘로 4개월이 되어, 더 기억이 사라지기 전에 기억을 되살리며 지난 여행지들을 쭉 생각해보았습니다.

적어보니, 4개월 동안 유럽의 11개 도시를 다녔네요. 저희는 하루만 머물다 다른 곳으로 이동하는 여행보다는, 1주 혹은 4주(한 달)간의 기간을 가지고, 그 도시에서 가능하면 “현지인(Native)” 처럼 살아보자는 아이디어를 실행해보는 중입니다. 아직 이 여행은 8개월이 더 남았지만, 지금까지의 경험을 토대로, “한 여행지에서 얼마나 머무는 것이 좋은가?” 에 대한 생각을 이 포스트에서 정리해볼까 합니다.


한 여행지당 1주일 (A Week Per Destination)

지금까지 8개의 도시에서 1주 간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는데요, 강렬한 기억이 물론 남아있지만, 아쉬움이 많이 남는 시간이었습니다.

1주일의 시간은 보통 이렇게 사용되었습니다.

  • 첫날은 장거리 이동으로 몸이 지치기 때문에, 숙소를 찾아 잘 도착해서 인계받고, 짐을 풀고, 잠깐 쉬었다가 집 주변을 돌아보며 생필품과 음식물을 구입할 마트와 음식점들, 재밌는 샵들이 있는지 등을 살펴보는 시간을 갖고 집으로 돌아와서 특별한 일정없이 휴식을 하며 여독을 풉니다.
  • 저희는 1주일에 3일 정도는 프리랜서로 일을 해서 여행비용을 충당하고 있는데요, 일은 “집” 또는 “커피숖” 에서 하고 있습니다. 동네에 인터넷이 잘되고 맛있는 커피와 디저트를 파는 커피숖이 있으면 커피숖에서 일하는 걸 선호합니다! (금액도 저렴하면 더 좋죠)
  • 하루 또는 이틀은 해당 지역에서 열리는 벼룩시장(Flea Market) 이나 중고샵(Second Hand Shop) 등을 살펴보며 쇼핑을 하는 시간을 갖습니다. 계절에 맞는 옷이나 신발이 없으면 보통 이런 곳에서 저렴하게 구입을 할 수 있습니다. (심지어 흥정도 가능할 때가 있습니다 ^^)
  • 매주 일요일에는 현지에 있는 한인교회에서 주일 예배를 드리고, 현지 교민분들과 교제하는 시간이 있으면 참석해서 교제하는 시간을 가집니다. 책이나 인터넷으로는 들을 수 없는 현지의 생생한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는 귀중한 시간이었습니다.
  • 그리고 식사는 보통 집에서 해먹고, 1주일에 한 두번 정도 외식을 하기 때문에, 클라라는 항상 다음 식사 메뉴를 준비하느라 바쁩니다. 떨어진 음식이 있으면 마트에 가서 사오기 때문에, 카페 다음으로 가장 많이 가는 곳이 슈퍼마켓인 것 같습니다.
  • 몸과 마음의 건강을 위해 출발한 여행이니, 일주일에 3-4번은 긴 산책을 합니다. 클라라가 달리기는 아직 힘들어해서 천천히 오래 걸으며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.
  • 가능하다면 현지 집주인과 식사약속을 해서 식사를 대접하고, 교제의 시간을 가집니다. 현지인과 친구가 될 수 있는 아주 좋은 기회였습니다 🙂
  • 모든 여행지에서 손편지를 씁니다. 각 도시와 여행 중에 느꼈던 것들을 담아 가까운 분들께 최소 1통 이상 편지를 보내는 것을 목표로 하여 지켜오고 있습니다. 각 나라의 우편 시스템을 살짝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합니다.
  • 그래도 남는 시간이 있으면 해당 지역에서 유명하다고 하는 여행지들을 다녀옵니다 ^^;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에는 다 이유가 있다고 여겨 한 두번은 찾아가지만, 모든 곳에 다 가볼 수는 없고, 우리의 방식대로 여행을 하는 데에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며 아쉬움을 달랩니다.
  • 떠나기 전날에는 짐과의 전쟁을 또 시작합니다. 남은 물건 중 드릴 분이 있으면 현지에 계신 분께 드리고, 버릴 것은 버리는 일을 합니다. 기차는 짐의 제한이 없지만, 비행기를 타야 하는 일정이면 상당한 스트레스가 있습니다 ^^;
  • 그리고 마지막으로 다음 일정에 필요한 티켓, 숙소정보, 여권 등이 빠진 것이 없는지 확인하고, 해당 지역의 대중교통수단 이용방법과 통화(Currency)에 대한 정보 등을 모아서 이동하는 날 문제가 없도록 준비합니다.

새로운 여행지에 도착한지 3-4일 정도가 되면, 이제 좀 동네가 “우리 동네”라는 생각이 들고, 숙소가 “우리 집”이라는 생각이 들게 되어, 자연스럽게 동네에서 활동을 하게 됩니다. 그렇게 그 도시에 익숙해지다보면 어느새 1주일은 훅 지나가 있고, 떠날 채비를 하고 있는 저희 자신을 발견하게 될 때 아쉬움이 많이 남았습니다.

이처럼 8번의 1주일은 저희에게 무척 짧게 느껴졌습니다.


한 여행지당 4주(한 달) (A Month Per Destination)

헬싱키(핀란드), 자그레브(크로아티아), 에딘버러(영국)에서는 4주간의 시간을 가지고 있습니다.

4주의 시간을 더 특별하게 보내지는 못했습니다. 오히려 저희는 저희에게 주어진 평범한 일상을 특별하게 여기며 사는 것이 가치있다고 여기기에, 일상적인 삶을 더 만끽할 수 있어 좋았습니다.

그래서 앞서 이야기했던 1주일의 일과를 좀 더 느슨하게 4주에 걸쳐서 해왔습니다.

  • 새로운 여행지로 이동해와서 다음날까지는 특별한 일정없이 산책하며 집 주변을 돌아보며 재밌는 가게들을 살펴보면서 길도 익히고, 여독을 풀 수 있는 여유를 가집니다.
  • 손편지는 다른 여행지로 떠나기 전 한번 보내기 때문에, 보통 3주 쯤에 시간을 가지고 정성스럽게 작성해서 보냅니다.
  • 집주인과는 4주 동안 많은 대화를 하며 친하게 지낼 수 있게 됩니다.
  • 현지 한인교회에도 4주간 출석을 하며 4번의 교제를 나누다 보면 생각보다 많은 인연들이 만들어지고 깊은 사정을 나눌 수 있었습니다.
  • 2주차에 접어들면 집 주변 마트들을 비교할 수 있게 되면서 품목별로 값이 싼 마트를 골라서 장을 볼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됩니다. 또한 4주간 한 곳에 있기 때문에, 장을 계획적으로 보게 되니 1주일 생활할 때보다 생활비를 더욱 절약할 수 있게 됩니다.
  • 2-3주 쯤 되면, 몇 마디 되지는 않지만, 현지 언어로 인사와 감사의 표현이 자연스럽게 나옵니다.
  • 일하기 좋고 맛있는 단골카페를 찾게 됩니다. 1주일은 좀 짧아서 제대로 발견하지 못할 때가 많은데, 2주쯤 마음의 여유를 갖고 이런 저런 장소들을 찾아다니다 보면 동네에 한 곳은 반드시 좋은 곳이 있어서 애용하게 되었습니다.
  • 뿐만 아니라, 우리만의 장소를 찾게 됩니다. 남들이 잘 모르는, 알려지지 않은 편안한 공간을 찾을 수 있게 됩니다. 1주일 여행에서는 쉽게 보이지 않았던 것입니다.
  • 한 달쯤 살게 되면 의도치 않게 짐이 늘어납니다. 그래서 쌓인 짐이 많으면 한국으로 한번씩 보내게 됩니다. 다른 도시로 이동할때 짐이 많아지면 가방에 들어가지도 않고 무게도 문제가 되기 때문에 짐을 반드시 줄여야 합니다. 이 부분에 대해서는 항상 할말이 많은데 다른 포스트에서 나누도록 하겠습니다 😉
  • 그 도시를 알아갈수록 도시를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이 생겨납니다. 히브리어로 안다는 말과 사랑한다는 말이 같은 것처럼, 제대로 알면 알수록 더 사랑할 수 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.
  • 한 도시에 오래 거주하면, 그 도시를 거점으로 주변 도시를 여행할 수 있게 됩니다.

사실 한 달의 시간도 어느새 다 가고, 떠날 때가 되었다는 것을 느낄 때면 아쉬움이 많이 남았습니다. 그런데 이 것은 1주일을 여행할 때와는 또 느낌이 많이 다릅니다. 1주일간의 여행처럼 무엇을 못봐서 아쉬운 것이 아니라, “이 도시에 언제 또 올 수 있을까“라는 애정섞인 아쉬움인 것 같습니다. 저희 부부가 늘 하는, “좀 아쉬워야 돼” 라는 말이 있는데요, 이렇게 말하는 이유는, 아쉬움이 있어야 다음에 다시 올 이유가 생기기 때문입니다. 좀 더 생각해보니, 이 아쉬움은 “그리움“이 아닐까싶습니다.

너무 그 도시를 잘 알게되어서 떠나기에는 발걸음이 잘 떨어지지 않지만, 언젠가는 다시 그 곳에 가서 어떻게 바뀌었는지, 내가 알던 반가운 사람들, 장소들이 잘 있는지 보고 싶어하는 “그리움“의 마음을 가질 수 있게 되는 것이 여행의 큰 축복이라고 생각합니다.

세상은 너무 넓어서 모든 곳을 다 가기에는 우리의 삶의 시간은 짧습니다. 비록 몇 안되는 지역을 우리가 선택해서 가보는 정도겠지만, 이 ‘연(緣)‘들을 소중하게 여기며 남은 여정을 계속하고 싶습니다.

아, 이 포스트의 결론은 아주 주관적이지만, 당연히 “한 달의 시간이 일주일보다 더 좋았더라” 입니다 🙂

Barnabas Kim

Barnabas Kim

Barnabas earned BE, MS degree in computer science, and has been working as a software engineer for around 12 years in pretty various fields. Now he is planning to make money from freelance software development while traveling.

LEAVE A COMMENT